NEON GENESIS EVANGELION
「Genesis Q (제 25 화 Part.E)」
「Genesis Q (제 25 화 Part.E)」
마이의 힘차고 힘찬 대답에 메이는 부드럽게 미소짓는다.
"괜찮아, 아무도 죽게 하지는 않겠어. 그러니까 우리들을 믿어."
메이의 가느다란 팔이 등뒤에서 마이를 안는다.
"근데, 어떻게 하는 거야?"
"맞아. 저 목걸이는 진동을 감지하는 타입일 거야. 무리해서 벗기려고 했다가는 그자리에서 쾅! 하고 터져 버릴 거라구."
얼굴이 창백한 츠바사가 끼어든다.
"저런 타입은 본 적이 있어. 목걸이 안에 지향성이 높은 폭약이 설치되어 있지. 폭발이 일어나면 미즈호의 목잇!"
그 이상은 무서워서 입에 담을 수 없었다.
"괜찮아. 센서가 작동하기 전에 끝나니까."
메이의 말과 웃음에 츠바사는 난처해 한다.
"마이의 힘으로 저 목걸이의 분자 결합 자체를 파괴해 부수는 거야."
메이는 매우 간단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신지와 미즈호를 제외한 모두의 얼굴이 동시에 흐려진다.
"두 사람의 「코러스」라면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코러스」
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차가 있지. 고유의 진동파를 조정하는 동안에 목걸이의 센서가 이상을 탐지해서 폭발을 일으킬 거다."
텐마의 대답은 모두의 생각과 완전히 일치하고 있었다.
"그래, 알고 있어. 우리들 두 사람의 「코러스」라면 그렇게 되겠지."
함축성 있는 말로 메이가 대답한다.
"그러니까 혼자서 하는 거야. 마이 혼자서."
메이의 팔이 마이를 꼭 끌어안는다.
"마이, 으응, 언니. 부탁이 있어."
"뭔데에?"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는 마이와 위에서 들여다보는 메이. 그 웃음은 사라져 없어질것만 같이 덧없어 보였다.
"나를 버려 줘."
●
차가운 손에 입이 막힌 채, 아스카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어둠을 노려보는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사실 잘 모르고 있다. 그저 자신이 살았다는 것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단, 이것이 오히려 질이 더 나쁜 일행에게 납치당한 것이 아닐 경우의 이야기지만.
기척은 두 사람...인 것 같다. 가까이 서 있는 소년인 듯한 인물의 기척은 뚜렷하다. 그런데도 지금 자신의 입을 막고 있는 소녀인 듯한 인물의 기척은 거의 느껴지지가 않는다. 마치 어둠의 저편에서 손만이 자라나 있는 것 같다.
"이봐, 요우코. 이젠 어떡할 거냐?"
밝은 목소리.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면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소년의 말에 어둠 속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대답한다.
"상대의 움직임을 살핀다. 이쪽에서 섣불리 움직여서 상대에게 위치를 가르쳐줄 필요도 없겠지."
차갑지만 아름다운 목소리다. 억제되어 감정은 전혀 느낄 수가 없지만.
"건 그렇지만, 이대로 여기 숨어 있어도 괜찮겠냐?"
"녀석들에게는 우리들을 몰아붙일 방법이 없다. 게다가 이 정전상태는 길어야 앞으로 몇 시간일 거다. 그것만 넘기면 녀석들의 주인에게 알려 주면 돼. 그쪽에서 마중 나와 줄 거다."
거기서 기척이 조금 움직인다. 소녀가 이쪽을 본 모양이다.
"신기한가? 우리들이 너를 구한 것이."
그것이 자신에 대한 질문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몇 초의 시간이 필요했다. 입은 여전히 막혀 있었기 때문에 작게 끄덕인다.
"우리들 두 사람은 레이의 어릴 적 친구다. 마찬가지로 동료인 참견쟁이 녀석에게 너의 호위를 부탁받았지. 너를 무사히 그 여자에게 데려가는 것이 우리들이 할 일이다."
"사실은 그냥 이대로 보내 주고 싶지만... 미안해."
소년이 진심으로 미안해 하며 그렇게 말했다.
"임무에 감정을 개입하지 말아라."
"그렇지만 말이야아."
"닥쳐라."
입장은 소녀쪽이 한수 위인 모양이다.
"......일단 이름은 밝혀 두도록 하지. 나는 요우코, 그쪽은 라이다."
"잘 부탁해."
묘하게 온도 차이가 있는 콤비다. 그것이 아스카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자아, 당분간은 이대로 가만히 있기로 할까. 이런 건 좀 싫지만."
소년의 말은 마치 선생님 말씀을 거역하지 못하는 초등학생과 같은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게 해 준다면, 말이지."
아스카에게도 이 두 사람이 호흡이 잘 맞는 콤비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도 또한 상식을 뛰어넘는 능력을 지닌 에바의 사도라는 것도. 그렇지만 어디까지나두 사람일 뿐이다. EVA-R 이라고 밝힌 일행은 여덟 명은 있었다. 이 두 사람만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일까. 갑자기 온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어둠에 몸을 숨기는 것이 오늘밤만 벌써 두 번째. 그리고 그 때 곁에 있던 그는...
"움직였군."
아스카의 생각을 요우코의 목소리가 가로막았다. 놀라서 고개를 든다. 시력을 빼앗기고 있는 탓에 예민해진 귀에 희미하게 목소리가 들려온다.
".....와라. 쥐새끼들. 그렇......으면, 동료 중 한 사람.....을 거다."
얼마만큼 떨어진 곳에서 그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그 내용이 몹시 험악하다는 것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녀석들, 인질을 잡은 모양인데."
"그렇겠지. 상식적인 작전이다."
어디까지나 냉정한 요우코의 말이 아스카의 가슴을 찌른다.
"누가... 잡혀 있어?"
"현재 거기에 딱 들어맞는 동료는 한 명밖에 없다."
아스카의 머리가 새하얗게 물든다. 동시에 멀리서 들려오는 불쾌한 목소리가 정답을 알려 주었다.
"너희들의 동료인 아라시란 녀석의 목숨이 아까우면 튀어나와라. 아직은 살려 두었다. 얼마나 더 버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이동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까보다 뚜렷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름이 아스카의 등골을 타고 내린다. 살아 있었다. 살아 있어 주었다. 그러나 죽어 가 고 있다. 저 녀석들에게 잡혀 있다. 구해야 돼! 반사적으로 뛰쳐나가려는 몸을 요우코가 붙든다. 마치 밧줄에 꽁꽁 묶인 것처럼 꼼짝도 할 수가 없다.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만 이것은 함정이다."
"하지만 아라시가!"
"이미 살아 있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아스카의 머리가 단 한 순간 식었다 이에 반발하듯이 뜨거워졌다.
"뭐야, 그건. 너희들의 동료잖아."
참으려고 노력은 했지만 목소리가 커진다. 아라시를 버리고 왔다는 사실이 아스카의 마음에 계속 걸리고 있었다.
"그래, 동료다. 그래서 알 수 있지. 그 녀석은 네가 구하러 와 줬으면 한다는 생각따위는 하고 있지 않아."
그렇게 단언하는 말에 망설였다.
"그런 건 모르잖아."
"알 수 있다."
"어떻게 아냐구."
"네가 말했지. 우리들은 동료다. 아라시가 생각하는 일이라면 알 수 있다."
그것은 힘이 담긴 말이었다.
"그 녀석은 너를 도망칠 수 있게 해서 만족하고 있을 거다."
"아라시가 해 낸 일을, 너를 도망칠 수 있게 한 일을 물거품으로 돌리지 말아 줘."
타이르는 듯한 라이의 말. 이렇게까지 단언할 수 있을 만큼 그들의 유대감은 깊은 것일까.
"동료잖아. 구하고 싶지 않아?"
"임무에 감정은 개입하지 않는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분노를 담아 노려보려고 하자 어둠 속에 떠오른 진홍빛의 두 눈과 눈이 마주쳤다. 설득하는 것은 무리라고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이 두 사람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을 이해하고, 그것이 옳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둘러라! 그 자식 지금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다구. 대부분의 피를 뽑아 버려 줬으니까 말이야. 최상층에 있는 회의실이다. 10분 안에 나와 준다면 그 녀석을 구해 주마."
목소리는 더욱 분명하게 들렸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분명하다. 발소리도 들린다.
한 사람인가, 두 사람. 다가오고 있다. 이 방 앞의 복도를 걷고 있다. 요우코도 라이도 움직이지 않는다. 모든 신경을 바깥의 EVA-R 들에게 쏟고 있다.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
아스카는 자세를 낮추고 그대로 돌진했다. 그것은 완전히 요우코와 라이의 예상을 벗어난 행동이었다. 과장된 발소리와 부딪친 의자인가 뭔가가 쓰러지는 소리, 책상위에서 무거운 디스플레이가 떨어져 깨지는 소리. 성대한 잡음이 어둠 속에 울려퍼진다.
"누구냐!"
바로 방문이 열리고 두 명의 EVA-R 이 나타난다. 그들의 적외선 암시 장치에 허를 찔려 일어선 채로 있는 요우코와 라이의 모습이 비쳤다.
"거기 있었군!"
두 사람이 덤벼든다. 거기까지 지켜보고 나서, 아스카는 허리를 굽힌 채 미끄러지듯이 출구를 향해 달렸다. 자신을 구해 준 라이와 요우코에게 사과하면서, 또 한편으로 동료를 버리려고 한 두 사람에게 독설을 퍼부으면서.
"기다리고 있어, 아라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스카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몸이 명령하는 대로 최상층을 향해서 달렸다.
●
눈을 감으면 지금도 그 때의 일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하얀 벽과 천장과 바닥으로 둘러싸인,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나날의 연속 뒤에 일어난 그 날의 일.
일란성 쌍둥이인 에바 보유자.
그것이 그녀들에게 있어서의 이점이었으며 그 실험이 행해진 최대의 이유였다. 그무렵의 그 사람은 에바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한다는 것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는 완전히 동일한 유전자를 지닌다. 에바는 유전자에 의해 타인을 인식하는가. 유전자가 같다면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가. 그녀들의 에바가 서로 거부 반응을 일으킬 것인가.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테마였던 모양이다.
그녀들에게 있어서는 알 바가 아니었지만.
거부 반응은 일어났다. 한 사람에게는 경미하게, 또 한 사람에게는 매우 크게. 에 바는 마음에도 영향을 받는 것일까. 활발한 언니의 에바와 조용한 여동생의 에바는 서로 섞여 하나가 되지는 않았다. 남은 것은 언니뿐. 여동생은 시체는 지금도 경화베이클라이트의 흐릿한 오렌지색 안에 잠들어 있다. 누구도 두 번 다시 보게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 여동생은 언니 안에 자신의 분신을 남겼다. 언니의 몸안에 이식된 여동생의 혈액과 에바. 언니는 여동생을 잃은 절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녀의 에바는 숙주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전력으로 기적을 연출했다. 여동생의 에바와 혈액에서 그녀를 복원한 것이다. 실체가 없는 그녀를 위해 「벽」을 응용한 형상을 만들어 냈다. 여동생의 에바는 자신의 존속을 위해 적극적으로 그것을 도왔고 여동생의 정신을 언니 안에서 재구성했다. 한 사람의 몸에 두 사람의 마음이 깃든다. 그녀들은 그렇게 해서 절망을 극복했다. 그러나 대가는 있었다. 이식받은 여동생의 에바의 영향인지, 언제나 여동생의 몸을 「벽」으로 유지하는 부담 때문인지,여동생의 몸은 성장을 멈췄다.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도 행복하다고 믿어 왔다.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두 사람이 모두 알고 있더라도 스스로 그것을 입에 담는 것은 두려웠다. 시간만이 잔혹하게 흐르고 그녀들을 지켜보는 소년을 조금씩 몰아 붙였다. 영원히 계속되리라 생각되었던 기묘한 삼각관계. 그러나 영원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한일이다. 그러나 누구의 생각보다도 그 끝이 찾아오는 것은 빨랐다. 어쩌면 너무 늦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훨씬 오래 전, 그 날 일어났어야 하는 종말이며, 그시계를 멈춘 것은 그녀들이었다. 시간이 따라잡았다. 그리고 그녀들은 도망치는 것을 그만두어야만 했다. 적어도 여동생은 그렇게 믿고 멈춰 섰다. 자신에게 있어서무엇보다도 소중한 언니와 소년을 위해서.
시간을 움직이자. 비록 그것이 어떠한 결말을 준비하고 있더라도. 한 번 끝낸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시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나를 버려 줘."
"버려...?"
의미를 알지 못한 채 마이는 되물었다.
"그래, 버리는 거야. 이제, 충분하잖아. 그러니까... 응?"
"무슨 말을 허는 거여!"
타이지가 끼어든다.
"메이, 니 지금 무슨 말을 허는 건지 알고나 있는 거여?"
"물론이야. 잘 이해하고 있어."
타이지와는 대조적으로 메이는 어디까지나 냉정했다.
"언니가 나를 유지하기 위해서 쓰고 있는 힘을 해방시키면 「코러스」보다도 더 효율적으로 목걸이를 부술 수가 있어. 그 날까지 우리들은 그것을 할 수 있었는걸."
"무슨 얘기야, 메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마이의 눈동자는 난처함과 공포로 흔들리고 있다. 무엇인가가 조용히 마음에 스며들어 간다.
"언니라면 미즈호를 구할 수 있어. 확실하게.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방해가 돼. 그러니까 나를 버려 줘. 그러면 미즈호도 리키도 구할 수 있어."
조용히 타이르는 듯한 말투였다.
"그치만 메이는? 메이는 어떻게 돼?"
"난 이제 됐어. 왜냐면 훨씬 전에 난..."
"그만해, 메이. 그런 말은 하지 마."
사요코가 메이에게 달려온다.
"아까 아무도 죽거나 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했잖아.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니?"
"정말이야. 아무도 죽지는 않아. 그저 망령이 하나 사라질 뿐."
"그건 궤변이야. 실제로 넌 여기에 있잖아."
"언제까지나 이런 일을 계속할 수는 없어. 마침 잘된 거야. 동료를 둘이나 구할 수있는걸."
"안 돼!"
마이가 메이를 붙들고 매달린다.
"안 돼, 메이는 가면 안 돼!"
희미하게 투명한 메이의 몸을 마이는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여기 있잖아. 메이는 지금 여기 있잖아!"
"언니 덕분이야. 이 몸이 있는 건. 하지만 그것 때문에 희생해 온 것도 많아."
메이는 무릎을 꿇어 마이와 시선을 맞춘다.
"언니의 성장이 멎어 있는 것도 그 때문이잖아. 원래였으면 지금의 나처럼 되어 있어야 하는데. 계속 어린아이인 채로 있을 거야?"
"괜찮아, 그래도 괜찮으니까!"
"안 돼. 그래서는 리키가 불쌍해. 언제까지나 로리콘이란 소리를 들을 거야."
깃털처럼 부드럽게 메이가 미소짓는다.
"언니도 리키도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행복이라는 게 어떤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분명히 그게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
마이의 커다란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살며시 닦아낸다.
"언니에게는 리키가 있잖아. 리키뿐만이 아니야. 이렇게 많은 동료들이 있어. 그래서 난 안심이 돼. 이제 더 이상 내가 없어도 괜찮다고."
"메이, 그만해."
그 팔을 미야가 끌어안는다.
"그래, 메이가 없어져 버리면 싫어."
이사나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매달린다.
"그려, 가지 마. 그렇게 허지 않아도 아직 뭔가 다른 방법이..."
"고마워 모두들. 하지만 이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야. 이대로는 아직 살아 있는 동료가 둘이나 희생되어 버려. 냉정하게 생각해. 간단한 뺄셈이잖아."
"그렇게 간단허게 정헐 수 있을 리가 없잖으!"
타이지의 성난 외침도 메이는 예상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은 결단을 내려야 될 때야. 원래부터 죽었던 인간이 계속 존재하고 있는 쪽이 더 이상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뿐이야."
"부탁이야,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미야의 목소리는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하지만 사실인걸. 시간도 없어. 알고 있잖아, 모두들."
메이는 떠날 생각이다. 그 결의가, 그 강인함이 그 목소리에 스며들어 있었다. 그래서 막을 수 없다. 그런 사실을 그들은 피부로 느꼈다. 그러한 생활을 그들은 계속해 왔기 때문에.
"언니를 잘 부탁해, 모두들."
모두를 둘러보며 메이는 웃는다.
"미즈호,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리키를 미워하지는 말아 줘. 리키는 단지 조금 서투를 뿐이야."
미즈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츠바사, 언니가 슬퍼하면 조금이라도 마음을 가볍게 해 줘. 너라면 그게 가능하잖아."
이를 악무는 것 말고 츠바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신지군, 네가 마음 아파하지는 않아도 돼."
"제가 해 보겠어요. 제 몸안에는 마이짱의 에바도 이식되어 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의 너로는 무리야. 많이 지쳐 있는 데다 경험도 없어. 그런 상태에서 미즈호의 목숨을 맡길 수 있겠어?"
"그렇기는 하지만, 저라면!"
"착각하면 안 돼. 네가 받은 힘은 만능이 아니야.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혼동하지 마. 자신의 힘을 잘 파악하지 않으면 소중한 누군가를 희생하게 돼."
실제로 떨리는 무릎을 가누는 것이 고작인 신지에게는 대꾸할 말도 없다.
"게다가 너에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잖아. 카오루에게 도전하는 건 나를 구하는 것보다도 몇 배는 더 어려운 일이야. 힘내."
아주 잠깐, 한 순간 신지는 사태를 잊고 그 미소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어째서, 그렇게 간단하게...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야 좋아하는 사람을 구할 수 있는걸. 정말 좋아하는 리키를 구할 수 있어. 이렇게 기쁜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 메이는 다시 한 번 마이를 안았다.
"리키는 나와의 약속을 계속 지켜 와서 마이를 소중히 대해 줬어. 그러니까 이번에 는 내가 리키를 구할 차례야. 으응, 실제로 리키를 구하는 건 언니였지. 미즈호를 구하고 리키가 깨어나면 꾸짖어 줘. 하지만 바로 용서하고 뺨에다 키스를 해 줘.
날 대신해서."
"안 돼, 안 된단 말이야, 메이."
헛소리를 중얼거리는 것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지금까지 고마웠어 언니. 사랑해."
말이 끝나는 것과 메이의 몸이 흐릿하게 사라져 가는 것은 동시였다.
"싫어, 가지 마 메이! 난 행복해지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대신 넘칠 정도로 많은 눈물이 마이의 뺨을 적신다.
"싫어어― 메이이이이이이!"
남쪽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깊은 푸른색의 왼눈을 손으로 막으며 마이는 외쳤다.
그 손가락 사이에서 붉은 방울이 흘러 떨어졌다.
"언니 몸에 상처 입히지 않고 바깥으로 나가려면 이러는 수밖에 없었어. 얼굴을 더럽혀서 미안해."
「목소리」가 들렸다. 희미하게, 사라져 없어지듯이. 그리고 이해했다. 이 피눈물이야 말로 그 날 이식된 메이의 그것이며 메이의 에바라는 것을.
"메이이이이이이―"
피눈물을 다시 밀어넣으려고 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도 금방 끝났다.
마이의 조그만 손바닥에 아주 적은 양의 피를 남기고 메이는 사라졌다. 이제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완전하게.
"메이이이..."
마이의 얼굴 반쪽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그리고 그 왼눈은 오른쪽과 같은 활엽수의 녹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텐마가 말없이 마이에게 가까이 다가선다. 마이의 얼굴을 물들인 붉은색에 오른손엄지손가락을 대고 한 가닥 닦아낸다.
"메이는 사라졌다. 허나 오늘밤만은 우리들과 함께다."
그리고 자신의 왼뺨에 붉은 선을 그린다. 마치 전사의 화장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타이지가 그 뒤를 따랐다. 계속해서 츠바사가, 미야가 이사나가,그리고 사요코가. 왼뺨에 동료를 새긴다.
"자아, 마이. 미즈호를 구해 주렴."
사요코가 부드럽게 마이의 귓가에서 속삭인다. 두 눈 가득히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결코 그것을 흘리는 일 없이.
마이가 고개를 들어 사요코를 보았다. 눈을 마주친 사요코가 끄덕인다. 뭔가가 생각난 듯이 리키를 보고 츠바사의 부축을 받고 있는 미즈호를 본다.
조용히 일어난다.
"미안해, 미즈호. 무서운 일을 겪게 해서."
녹색을 띤 마이의 두 눈동자가 순간 진홍빛으로 불타오른다.
"미안해, 메이. 그치만 나, 잘해 나갈게."
스스로를 타이르듯이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마이는 미즈호의 목걸이에 살며시 손을 댔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에 등골이 떨린다.
"바이바이."
단지 그것만으로 목걸이가 부숴져 나간다. 앞뒤 두 개로 분해되는 것 같더니 바닥에 닿기도 전에 몇 개의 덩어리로 갈라지고 떨어진 충격으로 산산이 부서져 없어진다.
"이거 하나 때문에 메이는......"
얼굴을 숙였다. 그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넘쳐흐른다. 어떻게든 참아 보려고 했지만 그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신의 반신이 사라졌다. 갑자기, 아무런 조짐도 없이. 계속 있었는데, 이곳에, 곁에 계속,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있어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고마워, 마이짱. 미즈호를 구해 줘서."
그 어깨에 신지가 손을 얹는다.
"내버려 둬! 내버려 두란 말이야아아..."
떨리는 왼뺨에 신지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나도 갖고 싶어. 받아가도 될까?"
얼굴을 숙인 채, 그러면서도 천천히 마이가 끄덕인다.
"고마워."
검지와 중지가 메이였던 붉은 액체를 닦아냈다. 좌우 양쪽 뺨에 한 가닥씩 메이를 새기고 신지는 일어선다. 반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미즈호에게 다가가서 허리를 낮춘다.
"괜찮아?"
그 말에 처음으로 자신을 되찾는다. 미즈호는 우선 자신의 목으로 손을 가져가 그곳에 금속 목걸이가 없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안도했다. 그리고 눈앞의 신지를 보자두 눈 가득히 눈물이 맺힌다.
"네에에, 무서웠어요오."
눈물이 뺨을 타고 줄줄 흐른다. 그러나 그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일어설 수 있겠어?"
신지는 갈 생각인 것이다. 미즈호는 그것을 이해했다. 몇 분 전까지 펼쳤던 사투에서 입은 상처도 피로도 회복되지 않은 채,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려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미즈호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알고 있었을 텐데. 그런 것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미즈호? 어딘가 아파?"
지금 아무 데도 가지 말아 달라고 하면 조금은 주저해 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의 비열함을 저주한다. 아니야, 그게 아니야. 이제는...... 피한 시선 끝에 작게 떠는 뒷모습이 보였다. 너무나도 약해 보이는 그 뒷모습이 미즈호의 심장을 걷어찼다.
"미즈호?"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오."
얼굴를 숙인 채, 신지의 얼굴을 보지 않도록 하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발목을 삔 것 같아서어."
"에, 보여 줘 봐......"
"괜찮아요오. 괜찮으니까 신지님은, 저기, 가, 가 주세요오."
그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용기가 필요했던가. 아무도 눈치채지는 못할것이다. 그렇지만, 떨리고 있는 그 어깨를 뒤에 있던 츠바사만은 보고 있었다.
"하지만, "
"가 주세요오!"
내밀려던 손을 신지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무서운 일을 겪어서 놀란 것인지도 모른다. 모두가 있으니까 괜찮겠지. 신지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고 얼굴을 미즈호에 게 조금 가까이 가져갔다.
"그럼, 다녀올게."
"아스카씨와 레이씨를 꼭 데리고 돌아와 주세요오."
"그래, 반드시 함께 돌아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머리가 작게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신지는 미즈호 뒤에 있는 츠바사와 눈을 마주쳤다.
'부탁해' 라고 전하고 '알았다' 라고 대답했다.
아직 잠들어 있는 리키에게 인사하고, 동료에게 안긴 채 흐느껴 우는 마이에게 말을 걸려다 그만둔다.
"그럼, 갈게."
오히려 스스로를 타이르듯이 그 말만을 남기고 신지는 반쯤 다리를 끌면서 도시의 중심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미즈호는 일어서려다 그 자세에서 멈춘다. 그리고 그대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응시하며 양손을 움켜쥐는 미야. 눈을 꽉 감고 초조감에 현기증마저 느낀다.
"가렴, 미야. 가고 싶은 거지?"
그런 미야의 등을 사요코가 밀었다.
"서둘도록 혀. 리키와 미즈호는 우리들이 지키겄으."
타이지의 말에 몇 초 동안만 고민했다 미야는 달려간다. 신지의 뒷모습을 쫓아서.
뒤돌아보지는 않는다. 그것을 보면서 미즈호는 천천히 일어난다. 츠바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자아, 이젠 어쩔 거여?"
"손님이 온다. 위험한 자동기계병기가 말이지."
타이지의 물음에 텐마가 대답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감정이 없는 말투로.
"마침 잘 됐구먼. 안 그려도 기분이 안 좋었으. 어디 한 번 날뛰어 보도록 헐까!"
"그렇군. 이곳을 돌파당하면 신지군과 미야가 따라잡힌다. 그것만은 피해야겠지."
거의 동시에 어둠의 저편에 푸른 빛의 점이 떠오른다. 그 수를 세어보다 도중부터바보 같아져서 그만뒀다.
"츠바사, 미즈호와 리키를 이쪽으로. 마이도 와라. 전방은 이사나와 타이지."
텐마의 지시에 마이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으응, 나도 싸울래. 메이가 그걸 위한 힘을 나에게 돌려 줬는걸."
얼굴 반쪽을 붉게 물들인 채 마이는 고개를 들었다. 믿음직스러운 빛을 발하는 활엽수와 같은 색의 눈동자. 지금은 눈앞에 닥친 곤란이 슬픔으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래."
"응."
온몸으로 끄덕이고 마이가 어둠의 저편을 노려본다. 두 눈동자가 진홍빛으로 불타오른다. 그 뒤에서 그녀의 동료들의 눈동자도 또한 붉게 물들어 간다.
"마이짱."
등뒤에서 살며시 미즈호가 감싸안았다.
"신지님을 구해 줘서 고마워."
"그런 게 아니야."
마이는 그저 어둠의 저편에서 빛나는 점을 응시하며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응. 그렇지."
미즈호는 작게 중얼거리고는 살며시 마이의 왼뺨에 키스를 했다.
"갈까?"
"응."
미즈호의 흑요석을 떠올리게 하는 눈동자가 순식간에 불타오르고, 그 분홍색 입술은 선명한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사키엘짱. 나를 도와 주세요오."
좌우 양쪽 손바닥에 빛이 모이고, 미즈호는 떨리는 무릎에 힘을 주어 멀리 저편을 보았다.
"자아아, 어디서든 덤벼 보란 말이야, 예요오!"
총성이 그 목소리의 뒤를 이었다.
●
문을 열자 그 안은 불빛으로 환하게 비춰지고 있었다. 비상등의 희미한 빛에 의존하여 그곳까지 도달한 아스카는 눈이 부신 나머지 그 자리에 멈춰섰다.
"시간에 잘 맞췄군."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넓은 회의실 안쪽에서 천박한 목소리가 아스카를 맞이했다.
빛에 조금 익숙해진 눈으로 돌아본다. 책상도 의자도 방의 양쪽 끝에 치워져 있다.
텅 빈 바닥이 몹시도 넓게 느껴졌다. 그런 방의 가장 안쪽 벽에 사람이 붙어 있었다. 양손에 쇠파이프가 꽂혀 있고 양쪽 겨드랑이를 지지하는 것처럼 벽에 나이프가 꽂혀 있다. 교회에 있는 그리스도와 같은 모습으로, 아스카가 잘 아는 소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아래, 검은 전투복으로 몸을 에워싼 똑같은 얼굴의 소년들이 앉아있는 가운데 그 남자가 있었다. 노엘. EVA-R 중에서도 가장 야만적이고 가장 교활하며 가장 위험한 소년.
"잘 왔다. 네 친구는 보다시피 이런 상태지. 안심해라. 아직은 어떻게 살아 있으니까 말이야. 기쁘지 않냐?"
사냥감을 눈앞에 둔 뱀과 같은 웃음을 띤다. 원래 수려한 만큼 잔인하게 일그러진그 얼굴은 매우 추하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다. 우리들에게 거역하지 마라. 사이좋게 지내자구."
일어선다. 카오루와는 정반대에 위치한, 우아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움직임.
품위 없이 힘만 센, 폭력의 효과를 충분히 숙지한 자의 시위 행위.
"대단한 걸 부탁하려는 건 아니야."
천천히 다가온다. 뒤쳐진 듯이 그 뒤에서 얼굴이 똑같은 소년들도 일어섰다. 전부다 해서 여섯 명.
"누가 구해 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말라구. 아까 녀석들은 자아, 바로 거기 있지."
노엘의 목소리와 동시에 뭔가가 카페트 바닥에 내던져졌다. 아스카가 열어젖힌 문에서 노엘과 똑같은 얼굴을 한 소년이 두 명 나타난다. 그들이 내던진 것은 카우보이 모자를 쓴 소년과 수수한 금발의 소녀. 조금 전에 아스카를 구해 주었던 라이와 요우코.
"조금 더 쓸 만할까 했다만, 뭐 이런 정도겠지."
머리를 곤두세운 소년―킨트가 입술을 핥았다.
"총을 뽑을 필요도 없었다구."
"시간이 영원히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서 끝내도록 하죠."
킨트 옆에서 검은 머리를 등뒤로 흘린 요올이 억누른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표정을 지우고는 있지만 지금 상황을 즐기고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어이어이, 무뚝뚝한 얼굴의 요올은 성격이 급하군 그래. 모처럼의 미인이라구,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즐기지 않으면 아깝잖냐."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케헤헤헤, 화내지 말라구. 알았어, 네 차례는 내 다음으로 해 주지."
"그만해 둬, 처음부터 말이 통할 리가 없잖냐."
이를 악무는 요올을 킨트가 제지한다.
"남을 조롱하는 것밖에 모르는 거냐, 녀석은."
"그런 녀석이다. 난 이미 포기했다."
그런 대화가 등뒤에서 들려온다. 도망칠 곳도, 구해 줄 사람도 없다. 눈앞에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옷과 머리에 피가 흠뻑 배어 있다. 자신이 무리를 한 탓에 그들도 또한 상처를 입고 잡혀 버린 것이다.
"헷, 이쪽에도 여자가 있었나. 깨우면 즐거움이 늘어날 것 같군."
"그만해. 그녀는 전사다. 그런 식으로 욕보일 상대가 아니야."
"시끄럽다, 요올. 여자는 다 마찬가지라구!"
거칠게 짖어대는 노엘.
"흥, 미친개가 짖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속이 메스꺼워질 것 같군. 그쯤으로 해 둬라."
얼음보다도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는 그렇게 답했다.
은색의 빛이 휘날린다. 잔상을 남기는 듯한 속도로 뛰어서 피하는 EVA-R 들. 비틀거리면서도 바닥에서 일어나는 요우코. 말을 듣지 않는 두 다리로 버티고 어떻게든아스카 앞에 선다.
"저, 저기."
"너를 지키는 것이 우리들의 사명이다. 네가 그것을 거부하더라도 손가락 하나만이 라도 움직이는 이상 우리들은 그것을 완수한다."
호흡을 가다듬는 요우코. 입가에서 흘러나온 피를 주먹으로 닦아내고는 붉은 침을 바닥에 뱉어냈다.
"다만 내 파트너는 당분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할 모양이다만."
그녀들의 시선 끝에서 라이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죽어 있지는 않다. 우리들은 그렇게 화사하게 만들어져 있지는 않아. 거기서 잠들어 있는 멍청이는 단순히 도움이 안 될 뿐이지."
가차없는 그 말은 어쩌면 지금 상황에서 아스카를 배려한 농담이었는지도 모른다.
말투로 봐서는 전혀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았지만.
"이봐, 여자.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쓸데없는 저항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아무리 발악해 봐야 어차피 이기지 못할 게 뻔하니."
과장된 몸짓으로 양손을 벌리는 노엘. 폭군의 비웃음을 얼굴 가득 띄우고 있다.
"솔직하게 시키는대로 하면 너도 즐겁게 해 주마. 최고의 기분으로 만들어 주지."
노엘의 비웃음이 크게 울려 퍼진다. 남을 희롱하는 것이 너무나도 즐거워 어쩔 수없다는 그런 저질스런 속마음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킨트와 요올들마저도 그태도에 불쾌함을 드러낸다. 그러나 단 한 사람, 그런 공갈에도 태연하게 가슴을 펴는 자가 있었다.
요우코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얼음을 떠올리게 하는 눈동자로 노엘을 쏘아보고 있었다.
"뭐야, 무서워서 목소리도 안 나오냐? 그렇다면 멋진 목소리로 울게 만들어 주지."
그런 노엘의 말에 어디까지나 태연한 모습으로 요우코가 대답했다. 얼음보다도 차갑게, 나이프보다도 날카롭게.
"네 녀석의 (자주규제) 로는 불가능하다. 덤벼라, 물어뜯어 버려 주지."
●
한 편, 도시 외곽에서 크루세이더즈의 전선기지로 변한 공장 현장에서는 시시각각모이는 정보가 정확하게 기록되고 있었다.
"A, C, E 소대. 빌딩에 도착했습니다. 현재 방위측과 전투 중입니다."
"제레 빌딩, 변함 없이 전력 공급은 멈춰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안 시스템도 거의 작동하고 있지 않습니다."
"B, D, G 소대, 전개해 있던 적의 부대를 거의 토벌 완료. 빌딩으로 이동하던 중에 적의 새로운 전력과 접촉. 전투에 들어갑니다."
오퍼레이터들의 보고를 들으며, 바위와 같은 소드 대령이 정면에 있는 디스플레이 의 카운트를 응시한다. 작전을 개시한 지 곧 1 시간이 경과하려 하고 있다. 폭풍은 아직 멎지 않는다. 멎기는 커녕 아직도 풍속을 높여 간다. 비도 이제는 내리는 수준이 아니다. 옆에서 매섭게 휘몰아쳐 온다.
"대령님, 몇 분만 있으면 최초의 소대가 빌딩 안으로 침입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가스는 준비되어 있겠지?"
"네. C 병장으로 장비 교체가 끝난 H 소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숨을 약간 뱉어내고 나서 소드 대령은 조용히 명령했다.
"빌딩 안에 돌입 후 가스 분사를 개시. 적 세력의 철저한 배제를 행한다."
이곳에서도 또한 카운트 다운은 진행되고 있었다.
* 그녀에게는 더 좋은 무대를 마련해 줄 생각이었습니다만, 제 힘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꽤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장면이었습니다.
만족 반 후회 반.
뭔가를 마무리한다는 건 매우 힘들군요. 지금은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참입니다.
자―아, 다음은 언제일, 까?
nary
2003/03/03
*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일본의 (C)GAINAX 의 작품입니다.
* 「Genesis Q」는 成重貴幸 씨의 인터넷 홈페이지 「Genesis Q」에 연재중인 에반게리온 팬 픽션 소설입니다.
* E-mail : 홍군(hebikun@hanmail.net) | nary(nary@big.or.jp)
* URL : 홍군(http://hebikun.egloos.com/) | nary(http://www2.big.or.jp/~nary/shumi.html)
* 이 글을 다른 곳에 옮기고자 하실 때는 사전에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 홍군 >








